깨지고 엎어진 연평도의 차량ⓒ 옹진군청 제공
북한 포탄 공격을 받은 연평도 주민 340여 명은 무조건 육지행을 택했다.
옹진군에서 제공한 컵라면 한 개로 끼니를 때운 채, 뜬 눈으로 방공호에 밤을 지샌 연평도 주민들은 이른 새벽부터 짐을 챙겨 ‘피난’행렬에 동참했다.
‘탈출’을 원하는 주민들은 동이 트자마자 연평도 항구로 몰렸다. 주민들은 해양경찰청 소속 450t급 함정 312호에 174명이 탑승하고, 400t급 함정 503함호에 130명이 탑승해 모두 310여 명이 오전 8시 연평도를 빠져나왔다.
24일 오후 인천해양경찰청 부두에는 경찰보급선 312호를 이용해 연평도를 탈출한 주민 346명이 도착했다.ⓒ 민중의소리
연평도 주민들을 태운 해경 함정 2척은 오후 1시 30분과 2시경 각각 인천 해경부두로 도착했다. 함정에서 내린 연평도 주민들은 대부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어제의 ‘준 전시상황’을 하나하나 기억했다.
312호를 타고 ‘연평도 탈출’에 성공한 방혜수(14.연평중2) 양은 “어제 폭격이 쾅쾅 두발 떨어지고 나서 학교 방공호로 대피했어요”라며 “학교 유리창이 반 정도 깨지고 학교가 지진 나듯이 마구 흔들려 무서웠어요. 마을쪽에서도 연기 나구요. 어제 방공호에 들어가서 울면서 귀를 막고 있었어요”라고 전했다.
24일 오후 인천해양경찰청 부두에는 경찰보급선 312호를 이용해 연평도를 탈출한 주민 346명이 도착했다.ⓒ 민중의소리
연평도 주민 박종만(51)씨도 “딸 세탁소 가게가 폭탄 맞아서 완전히 부서졌고, 마을에서 집이 20채 이상 불탔다. 전쟁 난 줄 알았다. 일단 손녀가 안 다쳐서 다행이긴 한데 7살 손녀가 많이 놀랐다”고 우려했다.
북한 포탄 공격으로 놀란 이들은 연평도 거주자들 뿐이 아니었다. 연평도에 가족을 둔 사람들도 걱정과 한숨으로 지난밤을 보냈다. 이들중 일부는 가족들이 무사히 인천 부두에 도착하자 안도의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오후 1시 해양경찰청 부두에서 연평도에서 오는 가족들을 기다리고 있던 원화영(47.인천 석남동)씨는 “어머니, 아버지(80), 할머니(94), 조카 딸, 올케, 남동생을 기다리고 있다”며 “가족들이 걱정돼서 잠을 한 시간도 못잤다”고 말했다.
특히 원화영씨의 아버지는 1922년생으로 1940년까지 황해도 해주에 거주하다 9·18만주사변을 피해 연평도로 거주지를 옮긴 지 70년 만에 두 번째 ‘피난’을 오게됐다.
원화영씨는 “어제 뉴스를 보니 해병대원 2명이 숨졌더라. 나도 고향이 연평도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일을 겪으면서 정나미가 떨어진다. 부모님들은 한평생 살아오신 곳이어서 다시 연평도로 들고 할 것 같지만 말리고 싶다. 특히 어린 조카들은 절대 (연평도로) 못 들어가게 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연평도에서 꽃게잡이를 하고 있다는 김영길(49)씨도 “어제 첫 포격소리 까지만 해도 오발탄인 줄 알았는데, 폭격이 계속되니까 전쟁이구나라는 생각밖에 안들었다”며 “다시는 연평도에서 살기도 싫고, (폭격상황을) 더 이상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김만중 기자 kmj@vop.co.kr>
'Internal Issu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돗개, 워치콘, 데프콘…어떻게 다른 거지? (0) | 2010.11.25 |
---|---|
"'확전 방지'하라던 靑 참모 개자식들, 해임시켜야" (0) | 2010.11.25 |
한반도 군사적 긴장 고조....美-中, 엇갈린 반응 (0) | 2010.11.25 |
"남북관계 정상화하려면 통일.외교 장관부터 바꿔야" (0) | 2010.11.25 |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남북관계...이대로 가면 더 심한 위기 온다 (0) | 2010.1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