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nternal Issue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남북관계...이대로 가면 더 심한 위기 온다

by 두루물 2010. 11. 25.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남북관계...이대로 가면 더 심한 위기 온다
[데스크칼럼] 청와대와 정치권의 강경론이 위험한 이유
기사입력 : 2010-11-25 00:52:55

 

원래 서해가 이런 바다는 아니었다. 백령도와 연평도가 관광지로 이름을 날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색다른 여행을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늘 후보지로 올라 있었다. 국방부 장관은 뉴스에 좀처럼 등장하지 않았고, 평범한 사람들 중에서 그의 얼굴과 이름을 아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2010년, 바뀌었다.

말보다 주먹

이번 연평도 포격 사건은 ‘한국 전쟁 이후 최초로’ 육지에서 벌어진 정규적 전투였다. 연평도만 그런 것이 아니고, 북한의 개머리, 무도 기지가 있는 황해도 강령군에도 포탄은 날아들었다. 북한은 자신의 피해 상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한국 국방부는 우리가 입은 피해보다 더 큰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 장담하고 있다.

남북관계는 이제 ‘한국 전쟁 이후 최초로’ 말보다 주먹을 앞세우는 사이가 된 것이다. 나아가 그 주먹의 강도는 점점 세지고 있다.

물론 김대중 정부 시절에도 두 차례의 해전이 있었다. 그러나 이 해전이 조성한 위기는 이내 ‘정치’에 의해 잠재워졌고, 최소한 평범한 사람들에게 우리가 분단국가이며 정전(停戰) 상태라는 사실은 이내 잊어도 좋은 것이었다.

북한이 과거보다 더 호전적이 되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북한이 이른바 선군정치를 시작한 것은 1995년 전후이고, 그 이후 10여 년간 오히려 남북 사이에는 화해의 무드가 지배적이었다. 오히려 최근의 변화는 남한이 주도했다.

2009년 1월 이상희 당시 국방장관은 서해 일대의 현장 지휘관들에게 작전권을 대폭 위임했고, 6월에는 “전투가 벌어졌다는 보고를 하지 말고 승리했다는 보고를 하라”고 주문했다. 그 해 11월에는 3차 연평해전이 벌어졌다. 그리고 2010년 3월 26일 서해 바다에서 천안함 침몰 사건이 벌어진 뒤 긴장의 강도는 한층 높아졌다.

남과 북은 서로가 ‘조금이라도 도발해 오면’ ‘천만배로 보복’하거나 ‘몇 배의 화력으로 보복’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대통령이 ‘확전방지’ 발언을 했느냐를 놓고 벌어진 논란은 대통령으로 하여금 ‘확전’을 강요하는 효과가 있다. 그 확전이 누구에게 더 이익을 가져다 줄 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 대신, ‘일단 붙었으면 이겨야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논리가 지배하게 된 셈이다.

시류에 편승해 강경발언을 쏟아놓는 정치인들은 ‘선제공격’을 주장한다. 도발의 기미가 있으면 먼저 때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먼저 때린다고 보복을 피할 방법은 없다. 마치 북이 먼저 쏘았다고 해서 자신의 피해를 모면할 수 없는 것처럼 교전 수칙을 바꾸어 우리가 선제공격을 한다고 해서, 곧이어 우리에게 날아올 포탄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한 대 맞으면, 두 대를 때리고, 두 대를 맞은쪽은 네 대를 때리는 게임은 쌍방의 공멸로 이어진다. 이 단순한 진리는 지금 서해와 한반도에서는 통하지 않고 있다.

천안함 이후 강경책은 연평도 포격을 막지 못했다

천안함 이후 한국과 미국은 서해 일대에서 대규모 무력시위를 벌였다. 이번 연평도 포격 사건조차 ‘훈련 중’인 군부대를 겨냥한 것이었다. 그러나 무력시위와 군사훈련은 연평도로 날아드는 포탄을 막지 못했다. 그런데도 무력시위를 더 크게 벌이고, 군사훈련을 더 강화하는 것이 해답일까? 강경책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무능한 정책’이었다.

말(또는 돈)과 주먹을 놓고 보자면 말(또는 돈)을 쓰는 데는 남한이, 주먹을 쓰는 데는 북한이 한 수 위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종합의 군사력에서야 남한이 북한보다 다소 앞서겠지만,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것처럼 승리를 보장하는 다섯 배의 우위는 분명히 아니다. 더구나 남북은 전쟁을 대하는 국민의 사고가 다르고, 정치 방식이 다르다.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군사력을 ‘실제’로 ‘활용’하는 건 남한이 북한보다 불리하다.

결국 익숙하지도 않고 넉넉하지도 않은 ‘주먹’으로 북한을 굴복시켜야 시원하다고 느끼는 것은 일시적으로 자존심을 세우는 데는 쓸모가 있을지라도 결코 좋은 생각이 아니다.

군사적 보복을 제외하고 북한을 응징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그 지렛대를 치워버린 것은 남한이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이 살아있고, 대북 지원이 활발했다면 이를 통제하는 것은 분명히 강한 압박 수단이었을 것이다. 한국과 미국이 중국에 ‘대북 제재’를 애걸하는 것은 북한과 중국 사이의 강한 경제관계 때문이 아닌가? 스스로 지렛대를 치워버리고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바보나 하는 일이다.

지나간 일을 평가하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지금처럼 말보다 주먹을 앞세우는 남북관계가 지속된다면 이번보다 더 큰 위기가 닥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천안함 사태에서 연평도 포격까지는 반년 남짓이 걸렸다. 만약 다음 위기가 온다면 그것은 반년 이내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때는 진짜 ‘전쟁’이거나 전쟁에 ‘준’하는 사태일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이명박 대통령이 “추가 도발 시 몇 배의 화력으로 응징”하겠다는 허장성세 대신, 국민 앞에 솔직히 털어놓아야 하는 현실이다. 이 현실을 타개할 대책은 이미 나와 있다. 다만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친구들이 이 대책을 고의적으로 무시해 왔을 뿐이다.


<이정무 (편집국장) >
저작권자© 한국의 대표 진보언론 민중의소리

http://www.vop.co.kr/A00000339796.html




※ 본 글에는 함께 생각해보고싶은 내용을 참고삼아 인용한 부분이 있습니다. ('언론, 학문' 활동의 자유는 헌법 21조와 22조로 보장되고 있으며, '언론, 학문, 토론' 등 공익적 목적에 적합한 공연과 자료활용은 저작권법상으로도 보장되어 있습니다.)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2154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