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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 K-Wave

“K-pop 최고” 세계의 시선이 달라졌다

by 두루물 2011. 5. 13.
박경은·강수진 기자 king@kyunghyang.com


지난달 30일 고양 어울림극장에서 열린 그룹 빅뱅의 악수회. 지난 2월 발매된 빅뱅의 미니앨범 구매자를 대상으로 1000명을 추첨해 초대한 이날 행사는 인종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중국, 일본, 필리핀, 태국 등 아시아권 팬들을 비롯해 다양한 눈빛과 머리색을 가진 외국인들, 헤자브를 두른 아랍권 여성까지 행사장에 모여들었다. YG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공연장을 찾는 외국인 팬들이 꾸준히 증가해왔지만, 주로 국내 팬들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행사에 참여하는 해외팬들의 수도 급격히 늘어났다”면서 “그동안 생소하게 여겼던 유럽, 남미계 팬들이 상당히 눈에 띈다”고 전했다.

2NE1과의 공동작업을 위해 이달 초 한국을 찾은 세계적인 힙합그룹 블랙아이드피스의 프로듀서 윌아이엠은 지난달 10일 미국의 한 영화 프리뷰 행사장에서 이뤄진 현지방송과의 인터뷰에서 “2NE1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슈퍼스타로 만들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2NE1과 만나 찍은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K-pop이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본, 중국 등 아시아권을 넘어 유럽, 북남미로까지 급속히 팬층이 퍼지고 있는 데다, 세계적인 팝스타·프로듀서 등도 K-pop 전파의 첨병이 되고 있는 국내 아이돌그룹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그동안 세계 대중음악시장의 주류로 군림해 온 미국 팝스타들이 먼저 협업을 제안하기도 해 이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K-pop에 러브콜 = 최근 한 달간 한국을 찾은 팝스타는 윌아이엠, 테디 라일리, 퀸시 존스, 멜빈 브라운 등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K-pop의 가능성과 매력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가요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마돈나, 스팅, 엘튼 존 등 많은 스타들이 한국을 찾았지만 한국가요에 대한 예의상 언급도 일언반구 없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눈에 띄는 변화”라고 설명했다.

마이클 잭슨의 히트곡 ‘데인저러스’ 작곡가인 테디 라일리는 지난달 방한해 한 달 일정으로 국내에 머물고 있다. 그는 국내 신예 걸그룹 ‘라니아’의 데뷔를 맡아 음악부터 안무, 의상 콘셉트까지 진두지휘했다. 라니아 소속사인 DR뮤직 관계자는 “테디 라일리는 세계시장에서 K-pop의 기세를 먼저 알아보고 라니아 데뷔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설명했다.

팝계의 거물 퀸시 존스도 지난달 8일 처음으로 방한해 “여러 나라의 아티스트들을 접했지만 가히 K-pop 아티스트들이 최고라고 생각한다”며 “한국 가수들이 서구시장 공략에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칭찬했다. 실제 그는 한국 아티스트들과의 다양한 교류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걸그룹 JQT의 미국 진출을 돕는 인물은 레이디가가, 에이콘 등 세계적인 스타의 매니저였던 멜빈 브라운이다.

JQT 소속사인 GP엔터테인먼트 곽대연 대표는 “미국 팝계가 K-pop 붐을 인지하면서 교류할 한국 가수들을 찾아나서는 움직임이 뚜렷해졌다”면서 “이는 팝의 종주국인 미국에서조차 한국 가요에 대한 관심의 정도가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사례이자 세계시장의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 확산되는 K-pop 열기 = 얼마 전 파리에서 SM엔터테인먼트 가수들의 공연을 연장해 달라는 현지 팬들의 깜짝 시위가 벌어지면서 유럽인들의 K-pop에 대한 관심이 전해지기도 했는데, 이 같은 움직임은 이전부터 가시화됐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YG엔터테인먼트 황민희 과장은 “유럽지역에 진출해 있는 한국 대사관 및 문화원으로부터 ‘공연을 올 수 없겠느냐’는 문의가 부쩍 늘어났다”면서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유럽지역의 몇 나라를 찾아 공연하는 것을 현지 대사관과 조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M엔터테인먼트 김은아 팀장은 “영국의 한류팬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SM 가수들이 런던에서 공연할 수 있도록 우리가 힘을 모아보자’는 팬들의 글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유럽뿐 아니라 멕시코, 페루, 브라질 등 남미에서도 K-pop에 열광하는 팬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현지 방송은 K-pop 관련 특집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으며 인터넷을 중심으로 K-pop 관련 팬카페, 커뮤니티도 생겨나고 있는 추세다.

이렇다할 프로모션이나 현지 진출이 없는데도 해외 곳곳에서 자생적으로 K-pop 팬층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유튜브 등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소셜 네트워크 영향이 절대적이다. 이미 유튜브에는 전 세계의 K-pop 팬들이 자발적으로 찍어 올린 ‘커버댄스’ 동영상이 수천개를 넘어서고 있다. 국내 가수들의 노래와 춤을 그대로 따라하는 형태로, K-pop을 즐기는 문화가 놀이형태로 퍼져가고 있는 양상이다.

◇ 과제와 전망 = 전문가들은 “미국보다 시장 개척이 더 어려운 곳이 유럽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최근의 분위기로 봐선 K-pop의 가능성과 긍정적 전망이 확인됐다”면서 “그러나 섣부른 기대감은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음악평론가 임진모는 “해외에서의 성공을 위해서는 현지 시스템과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잘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면서 “특정 시장의 가능성이 높다고 기획사들이 너나없이 우루루 몰려가는 식의 양상이 나와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K-pop 특유의 강점은 살리되 지역, 나라별 특성과 문화를 고려해 다양한 장르와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반짝 인기, 단발적 이벤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